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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머리말 PREFACE 엄마! 가만히 입 밖으로 되뇌기만 해도 애달프고 푸근하다. 다가가서 살 부 비며 힘겨운 마음을 내려놓고 한 열흘 쉬고 싶다. 정겨워서 눈물이 난다. 우리는 저마다의 ‘엄마’를 만나고 싶다! 현실의 팍팍함을 잠시만이라도 잊고 싶어서. 그런데 나는 내내 풀 수 없는 의문을 하나 달고 살아왔다. 정말 엄마는 그렇게 희생적이고 헌신하는 존재일까? 정말 모든 어머니가 자식에 게 모든 것을 희생하고 끊임없이 더 주려고 하는 사람일까? 서른 살 초입까지 나는 맹목적이리만큼 ‘어머니’라는 이름에 외경심을 느꼈다. ‘어머니’라는 글자만 보아도 콧날이 시큰해졌다. ‘어머니=한 없는 사랑’이라는 등식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대단히 경망스럽고 불경스러운 죄를 범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조건.. 2025. 5. 4.
그녀의 존재 네가 준 시(詩) 액자[그녀의 존재]를 들고터벅터벅전철 계단을 내려간다 창 틀만한 [그녀의 존재]를 들고 오면서참, 무겁구나계단 모서리에 한 번 부딪친다 [그녀의 존재]와 함께 전철 벽에 비스듬히 서 있다전동차의 진동에 맞춰[그녀의 존재]가 삐꺽삐꺼 흔들린다.전철에서 내려 마을버스에 오른다 쿵.액자 귀퉁이가 또 부딪힌다 버스에서 내리는데[그녀의 존재]는 다시 한번 출입문 계단에 이마를 찧는다[그녀의 존재]가 방향을 잃고 잠시 기우뚱한다어디선가 울음소리가 들린다 집에 돌아 와 조심조심 포장지를 풀어낸다세상에, 액자유리가 대각선으로 쪼개져 있군깨진 [그녀의 존재]를 보고 있어가만히 [그녀의 존재]를 벽에 걸어본다금간 유리가 와르르 쏟아져 내린다그녀가 와르르 쏟아져 내린다 발을 헛딛어 부스러진 [그녀의 존재].. 2025. 5. 4.
나는 돌개바람이다 나는 모래바람이다.흩날리며 깔깔거리고 웃는,늘 같은 옷을 입고 있는 이 사막이 무서워,광녀처럼 여기저기 휘젓고 다니며 웃는다. 평생 황황히 떠다니며 온몸으로 내리는,너에게 내리는 더러운 모래바람껄끄러운 모래웃음으로 너를 찌르는,돌아서서 깔깔깔 자지러지는, 씽씽하게 살고 싶어시속2백km으 속력으로 달리는,달려가서는 곧 깨지고,깨진 머리통으로 다시 달려가는,달려가며 증발해버린 상처로 사는,나는 공동묘지의 귀신이다. 무당처럼 춤추며너를 베는 불칼이다.나를 던져 네 속에 스며들고 싶은 고독한 독약이다. 붉은 입술로 진화론을 강연하는너의 식도에 술처럼 쏟아져 내리고 싶은,돌개바람이다. 2025. 5. 3.
오래된 그 술집 모두 돌아가고 오래된 그 술집나는 서성이네모두 돌아가고 불 꺼진 그 술집나는 너의 목소리를 듣고 있네.그 날 시끄럽던 노래를 지금 듣고 있네. 희망은 상처받은 마음*이라고네가 소리 높여 말할 때그 술집 싫었는데모두 돌아간 그 술집, 나는 서성이고 있네 오지 않는 너의 전화를 캄캄한 이 겨울 밤기다리고 또 기다리네.네게 상처를 준 희망이 지금 비틀거리고 있네.시간은 나보다 먼저 과거가 되어 나를 내다버리네휴지통에는버려진 옛날의 내가밖으로 기어 나오려 안감힘 쓰지만휴지가 된지 오래 그 술집 지금 내 노트 속에서 그 날 토사물을무진장 토해 내고 있네.토사물을 헤집고 나는 네 목소리를 찾네그 술집 벌써 어제가 되었네벌써 그리움이 되었네 매일매일 지각생인 나는 그 날,네 손 잡아주지 않았네지금 너의 전화를 기다리.. 2025. 5. 3.
자서(自序) 인간의, 세상의, 추악성 앞에정신이 번쩍 들 때가 있다.어쩌면 추악한 내 자신에 대해 절망한다는 표현이 옳을 것 같다. 그러나 우리들,서로의 옷을 차례차례, 서로 벗겨보면거기 별 볼일 없는 알몸들이,여릿 여릿한 , 꼬질 꼬질한 그 사람이, 마술에서 풀려나듯벌 떡 일어날 걸, 영화처럼 상상한다. 내 시(詩)는내 상상처럼그 사람에게 갈 수 있을까? 늘 곁에서힘이 되어주는 남편에게,그리고 벗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한다. 2002년 5월 천경진천 보탑사 와불진천 보탑사 생각하는 동자승 보탑사진천 농다리 인근의 출렁다리 2025.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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