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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준 시(詩) 액자
[그녀의 존재]를 들고
터벅터벅
전철 계단을 내려간다
창 틀만한 [그녀의 존재]를 들고 오면서
참, 무겁구나
계단 모서리에 한 번 부딪친다
[그녀의 존재]와 함께 전철 벽에 비스듬히 서 있다
전동차의 진동에 맞춰
[그녀의 존재]가 삐꺽삐꺼 흔들린다.
전철에서 내려 마을버스에 오른다 쿵.
액자 귀퉁이가 또 부딪힌다
버스에서 내리는데
[그녀의 존재]는 다시 한번 출입문 계단에 이마를 찧는다
[그녀의 존재]가 방향을 잃고 잠시 기우뚱한다
어디선가 울음소리가 들린다
집에 돌아 와 조심조심 포장지를 풀어낸다
세상에, 액자유리가 대각선으로 쪼개져 있군
깨진 [그녀의 존재]를 보고 있어
가만히 [그녀의 존재]를 벽에 걸어본다
금간 유리가 와르르 쏟아져 내린다
그녀가 와르르 쏟아져 내린다
발을 헛딛어 부스러진 [그녀의 존재]를 밟고 서서
붉은 피, 붉은 그녀의 눈물
그.녀.를.죽.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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