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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많이 마시다

by 오, 자네 왔는가 2025.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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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물을 많이 마시다

2. 족욕과 뜸을 하다

 

병은 스승이다.

  병은 우선 낫고자 하는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저 길에게 약속한다.  소나무에게 전봇대에게 약속한다. 

 

모시고 살 것이라고,

극진히 대접할 것이라고, 저 썩을대로 썩은 강물에게 맹세한다.

 

저 콩꽃에게,

참께에게, 고추에게, 생강에게, 개망초에게, 쑥부쟁이에게,

 

-유용주<그러나 나는 살아 가리라>중

 

 

1. 물을 많이 마시다

 

  앞서 밝혔듯이 십 수년 전 오른쪽 유방절제술을 받은 후 나의 건강은 눈에 띄게 악화됐다.

기운이 없는데다 온 몸에서 식은땀이 비 오듯 흘렀다. 그때부터 건강과 관련해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했다. 운동도 하고 식사량도 조절했다. 육식을 줄이고 물도 많이 마셨다. 병원의 힘을 빌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6개월 가량 지나자 조금씩 기력이 회복되는 느낌과 ‘살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운동 중독, 물 중독, 식이요법 중독이 아닌가 싶을 만큼 절박한 마음으로 내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몸을 아주 소중히 다룬 시기였다. 그렇게 해서 건강이 좋아졌다고 느끼면서 30대를 별 탈 없이 건너왔다. 결혼도 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부터는 느슨해졌다. 음식도 내키는 대로 먹었다. 운동만은 열심히 했지만 바쁠 땐 물을 자주 챙겨 마시지 못했다. 그런데도 결혼이라는 것이 좋긴 좋구나싶을 정도로 건강에 문제가 느껴지지는 않았다. 오랜 독신생활을 끝내고 결혼 한 것이 건강에 구체적으로 어떤 좋은 영향을 끼쳤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정신적으로나 생물학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듯했다.



  결혼 후에는, 소박하고 행복하게 하루하루 보냈다. 뭐든 잘 먹고 희희낙락 지냈다. 37년간 혼자 살던 시간을 마감하고,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좋았던 것 같다. 그 때문일까? 건강을 방심하며 살았다. 결혼 후 임신이 되었으나 두 차례나 유산이 되었다. 내가 너무 탐욕스럽고 게걸스럽게 먹고 마시며 살아온 게 아닌가? 반성하기 시작했다.

 

  내 나이는 마흔이었고, 더 이상 임신이 어렵지 않을까 하는 위기의식을 느꼈다. 그래서 혼자 힘으로 최선을 다해 보기로 하고 집에서 여러 가지를 시도했다.

그 중 하나가 물 마시기다. 식사 후 1시간이 지나서부터 다음 식사 하기 약 10분-15분 전까지 조금씩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물을 많이 마시기 시작하자 우선 소변이 자주 나왔고 그 느낌이 좋았다.

 

  쑥스러운 이야기지만 수시로 소변을 세차게 콸콸 누고나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었다. 몸 속 노폐물들이 몸 밖으로 배출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통쾌한 배설의 기쁨!

당시 나는 쉰 목소리가 나는 등 목이 자주 아팠고 약한 아토피 증상으로 몸이 가려웠는데 물을 많이 마시기 시작하자 이 증상들이 사라졌다. 역시 물이 좋구나! 이렇게 좋은 걸 왜 게을리 했을까? 하지만 의식적으로 하루 종일 물을 마신다는 것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다.

 

  밥 먹고 1시간이 지난 후부터 조금씩 마셔야 하고 그 사이 음식물을 먹지 않아야 하니 쉽지가 않았다. 만약 음식물을 먹은 후에는 다시 1 시간 정도 지난 후 물을 조금씩 마셔야 한다. 커피나 음료수는 많이 마셔도 당기지만 물은 목이 마르지 않은데 자꾸 먹는다는 게 고역에 가깝기도 하다. 하루 2리터 이상의 물을 먹어야 하니 쓰디쓴 한약을 먹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점심 식사 시간을 기준으로 오전에 1리터, 오후에 1리터를 먹어야겠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1리터를 급하게 마시고 나면 어떤 때는 구역질이 나기도 했다. 아무튼 방심하고 있던 물 먹기를 철저히 하면서 우선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 그런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물은 한 모금씩 천천히 마셔야 하고 음미하듯 편안한 마음으로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 무조건 하루 2리터 이상을 마시려고 한꺼번에 다량의 물을 마시면 녹내장 등 부작용을 경험할 수도 있다.

 

  그렇게 의식적으로 물을 마시기 시작한 후 얼마 지나 지 않아 좀 더 수월하게 물 마시기를 즐길 수 있게 됐다. 특히 집에 있으니 누구 눈치 볼 필요도 없고 시간에 쫒길 일도 없었다.

물을 많이 마시니까 좀 짜게 먹어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물을 마시면서 죽염을 먹기도 했다.

요즘은 집에서 볶은 소금을 만들어서 음식을 조리할 때 소금 대신 사용 하고 있다.

 

  물은 생수든 집에서 끓인 보리차든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생수를 마시니 훨씬 몸에 좋다거나, 보리차가 더 좋다는 걸 몸으로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물은 어떤 종류든 조금씩 자주 많이 마시면 좋구나 생각했다.

비단 임신을 위해서라기보다 일상생활에서 물을 열심히 마시면 차츰 물 마시는 재미를 느끼게 되고 건강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피부에도 좋다!

 

 

2. 족욕과 뜸을 하다

 

물 마시기와 함께 잊지 않고 실천한 것은 족욕이다.

그 즈음 온 몸의 혈액순환이 원활치 못한 것이 유산의 원인이라고 혼자서 결론을 내렸다. 이렇게 손 발이 차고 배가 찬데 어떻게 임신이 되고 설령 임신이 된다고 해도 출산까지 유지 될 것인가? 건강 관련 서적을 사서 탐독하다가 생각해 낸 것이 족욕이었다.

 

족욕을 하고 나중에는 양 손바닥에 뜸까지 뜨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다 보니 새벽 2시에 잠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어디서 그런 독기가 났는지 낮에 산에 갔다 온 후에는 저녁 식사 후 2시간 이상 운동을 하고 족욕과 뜸까지 뜬 것이다.

그리고 날마다 아, 날아 갈듯하구나, 하고 느꼈다.

지금도 족욕과 뜸 후의 나른함과 피로함, 그리고 약간 탈진한 느낌 같은 것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임신 후에도 입덧이 잠잠하고, 컨디션이 괜찮다 싶으면 족욕과 뜸을 했다. 그러다 점차 몸이 무거워지면서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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