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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이름은 단순한 지명을 넘어 그 시대의 정치적 의도와 문화적 정체성을 담고 있습니다. 오늘은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면서도 정작 그 깊은 배경은 잘 알지 못하는, '도쿄'와 '서울'이라는 이름이 가진 역사적 뿌리를 파헤쳐 보겠습니다.
1. 도쿄(東京): '동쪽의 수도'라는 이름의 탄생
'도쿄(東京)'라는 이름은 한자 그대로 **'동쪽(東)의 수도(京)'**를 의미합니다. 하지만 도쿄가 언제나 일본의 수도였던 것은 아닙니다.
- 에도에서 도쿄로: 1868년 메이지 유신 전까지 일본의 오랜 수도는 교토(京都)였습니다. 에도 막부가 무너지고 천황 중심의 중앙집권 체제가 들어서면서, 천황은 교토를 떠나 에도로 거처를 옮깁니다. 이때 에도는 '동쪽의 수도'라는 뜻의 '도쿄'로 개칭됩니다.
- 명칭의 상징성: 일본은 지리적으로 동쪽에 위치한 에도를 새로운 수도로 삼음으로써, 기존의 구체제(교토)와 결별하고 새로운 근대 국가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했습니다.
- 발음의 변천: 1868년 이전부터 에도 사람들은 종종 '도케이'라고 발음하기도 했으나, 메이지 시대 중기 이후 현재의 '도쿄'라는 발음으로 정착되었습니다. 즉, 도쿄라는 명칭은 일본 근대화의 시작점과 그 궤를 같이합니다.
2. 서울과 경성(京城): 빼앗겼던 이름을 되찾기까지
우리가 부르는 '서울'이라는 명칭은 우리 민족이 오랜 시간 수도를 지칭할 때 사용했던 고유 명사입니다. 하지만 우리 근현대사에서 서울은 '경성'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야 했던 아픈 시기가 있었습니다.
- 경성(京城)의 기원: '경(京)'은 수도, '성(城)'은 성곽 도시를 의미합니다. 일제강점기 당시, 일제는 조선의 수도였던 한양(한성)을 식민 통치의 행정 구역인 '경성부'로 강제로 개칭했습니다. 이는 수도로서의 격을 낮추고, 일반 지방 행정 단위로 격하시키려는 정치적 의도가 다분했습니다.
- 이름의 회복: 해방 이후인 1946년,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고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회복하려는 노력 끝에 '경성부'라는 이름은 사라지고 우리말인 '서울특별시'가 공식 명칭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서울'은 본래 국가의 중심이라는 뜻을 가진 우리말이었기에, 이는 진정한 주권을 되찾은 상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3. 지명, 왜 그토록 중요할까?
지명을 결정하는 것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닙니다.
- 역사의 주도권: 누가 이름을 짓느냐는 곧 그 땅을 누가 다스리느냐와 직결됩니다. 도쿄라는 이름을 통해 근대 국가의 시작을 알렸던 일본이나, 경성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서울을 되찾은 한국의 사례는 지명이 역사적 주도권을 보여주는 지표임을 잘 말해줍니다.
- 문화적 연속성: 이름이 바뀌면 사람들의 기억과 문화도 영향을 받습니다. 하지만 고유한 명칭을 지키거나 회복하려는 노력은 해당 지역의 문화적 뿌리를 튼튼하게 만드는 밑거름이 됩니다.
마무리에 앞서
도시의 이름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하기도 하고, 때로는 잃어버렸던 본래의 모습을 되찾기도 합니다. 도쿄가 근대 일본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상징이었다면, 서울은 민족의 자존심과 주권을 회복하는 결단이었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부르는 도시의 이름들, 그 안에 담긴 역사를 한 번쯤 곱씹어 본다면 오늘 우리가 딛고 서 있는 이 땅의 의미도 조금은 더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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