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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복이 **빨간색(홍색)**인 이유는

by 오, 자네 왔는가 2025. 6. 17.

고려와 조선 시대 왕과 고위 신하들의 관복이 **빨간색(홍색)**인 이유는 단지 미적인 취향이 아니라, 중국 중심의 사대주의적 질서와 정치적 상징성에 근거한 매우 전략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이를 이해하려면 유교적 세계질서, 명나라와의 관계, 복식 제도의 상징성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 1. 관복 색상의 상징성과 위계 질서

중국과 조선에서는 의복 색이 단순한 색상이 아니라 계급과 질서를 상징하는 정치적 코드였습니다. 이는 유교적 ‘예(禮)’의 실천이자 계급사회 유지 장치였죠.

색상의미사용 주체
황색 (노랑) 천자의 색 (우주의 중심, 황제) 오직 중국 황제 (명·청 등)만 사용 가능
자주색·자색 부황제급·왕의 색 중국 제후국 왕 등 제한적 사용
홍색 (빨강) 고위 관료의 색, 통치 권위 상징 조선 국왕, 고위 신하
청색·녹색 중하위 관료, 문무백관 일반 관리, 평민 구분
흑색 상(喪) 또는 형벌 복색 천민, 죄인 등
 

🏯 2. 고려·조선의 ‘사대주의’와 관복 색의 한계

▶️ 중국 중심 질서(천하관)

  • 조선은 명나라의 冊封체제(책봉체제)에 편입되었고, 이는 중국 황제가 조선 국왕을 공식적으로 왕으로 인정하는 제도입니다.
  • 이 체제 하에서는 황제만 황색(노란색) 복식을 사용할 수 있으며, 조선 국왕은 이에 도전할 수 없었습니다.
  • 조선 왕은 ‘왕(王)’이지 ‘황제(皇帝)’가 아니었기 때문에 황색 사용은 금지되었고, 명나라로부터 하사받은 제복 규정에 따랐습니다.

▶️ 명나라 예복 체계의 수용

  • 조선은 명나라로부터 관복 제도와 색상 체계를 전수받아 자국의 복식제도를 정비했습니다.
  • 예를 들어, 조선 태종 시기에는 명나라 예복 형식을 정식으로 받아들였고, 홍색은 중앙 고위직이 입는 관복 색으로 고정되었습니다.
  • 조선 국왕은 명나라 황제의 체면을 고려해 **홍색 곤룡포(곤복)**를 입었으며, 황색 곤룡포는 감히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 3. 조선의 사례: 곤룡포와 관복 색

▶️ 왕의 곤룡포(홍색)

  • 조선의 국왕은 공식 석상에서 홍색 곤룡포를 입었습니다. 이는 곧 명 황제에 대한 충성의 표시이자 왕권의 위엄을 지키는 선이었습니다.
  • 왕이 황색을 입지 않고 빨간색을 입은 것은 **‘나는 황제가 아니며, 중국 황제를 섬기는 제후다’**라는 외교적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었습니다.

▶️ 신하들의 품계별 복색

  • 고위 문무관도 홍색 계통의 관복을 입었고, 품계가 낮을수록 청색·녹색·흑색 등으로 색상이 내려갔습니다.
  • 이 복색 규정은 명나라 제도를 그대로 본뜬 것으로, 조선의 자율성이 아닌 명나라의 권위에 대한 복종 체계의 일환이었습니다.

🎭 4. 결론: 빨간색은 '절제된 권위의 상징'

고려와 조선에서 왕과 고위 신하들이 빨간색(홍색) 관복을 입은 이유는 다음과 같은 사대주의적 국제 질서 속에서 결정된 것입니다:

  1. 황색은 오직 천자(중국 황제)만이 사용할 수 있는 신성불가침의 색
  2. 조선 국왕은 제후국 왕으로서 ‘홍색’으로 절제된 권위를 표현
  3. 중국 명나라로부터 하사받은 예복 체계를 충실히 따름으로써 ‘예’를 지키는 정통 유교국가 이미지 강화
  4. 관복 색의 위계는 유교적 질서와 명분, 국제 관계를 동시에 반영한 제도

🧭 추가 설명: 청나라 때는 어땠을까?

  • 조선은 명나라가 멸망한 후에도 청나라 황제를 정통으로 인정하지 않고, 계속 명나라 복식 체계 유지했습니다. 이를 **‘小中華(소중화) 의식’**이라고 합니다.
  • 심지어 청나라 황제의 복식과는 차별화된 명나라 방식의 홍색 관복을 지속해서 사용함으로써 조선은 문화적 자주성을 강조하려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