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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감기

by 오, 자네 왔는가 2025.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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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연락처를 알 수 없구나

지독하게 너를 앓았던

낯익은 눈 사람, 흰색 공포의, 망령같던

네 연락처를 알 수 없구나

 

사랑에 대해 확신했을 때 그림자조차

꼭꼭 숨어버리고 없어

안락의자 깊숙이 몸을 눕히고 따뜻한 겨울을

절망이라 부른다

 

나는 프라이팬에 일없이 기름을 두르고

절망을 볶아낸다

 

노릇노릇 구워진 절망을 심키며

그래 구체적으로 먹을 수 있는 것만 진찌구나

감기약을 먹으면 아픈 내가 진실일까

어제는 프라이팬에 남아있는 절망의 부스러기를

내다 버렸지

 

스레기봉지에 쏟아버린 숱한 물음표를 찾아 보았지

지금 등 굽은 해가 고름처럼 줄줄 쏟아지고

병든 얼굴로 웃고 있어

(누런 색, 햇살의, 망측한 얼굴 좀 봐)

길을 걷다가 한번만 만나고 싶어

 

차가운, 네 손 한번, 만져보고,

기관지가 터지도록 쿨럭거리고 싶어

플래카드를 내다 걸고 너를 수소문하려한다

쫓아내고 싶은 내 방의 따뜻한 햇살

겨울의 퇴폐한 안락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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