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지만, 우리
이제
절망을 희망으로 색칠하기
한참을 돌아오는 길에는
채소 파는 아줌마에게
이렇게 물어보기
희망 한 단에 얼마예요?
-김강태 <돌아오는 길>
건강한 아기 낳고 싶으세요?
결혼 전에는 결혼을 하면 부부관계를 하는 것이고 자연스럽게 아기가 생길 것이라 생각했다.
38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임신을 위해 무언가를 따로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은 못했다. 그저 ‘이 나이에도 아기를 낳을 수 있을까?’하는 호기심이 드는 정도였다.
남편과 함께 잠을 자면서도 별 생각이 없었다. 임신이 되면 아기를 낳을 것이고 안 되면? ‘안되면’은 생각해보지 않았다.
늦은 결혼생활은 모든 것이 변한 만큼 조금은 불편했고 많은 부분이 감사했다. 퇴근을 하면 함께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TV를 보며 세상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
이전의 외롭고 쓸쓸하던 시간들을 생각하면 그냥 마음이 따뜻해지는 일상이었다. 밖의 날씨가 몹시 추운 날은 따뜻한 우리의 거처가 있고 살 부비며 마주할 사람이 있다는 것이 참 좋았으니까.
그러니 임신에 대한 걱정도 없었고 아기를 갖기 위해 무얼 해야 할지도 실은 몰랐다.
더욱이 나나 남편이나 나이가 많으니 ‘ 빨리 아이를 낳자’하는 강박관념은 없었다. 사는 대로 사는 것이고 하루하루가 고마운 날들이었다.
그러다 결혼 3개월 후 임신이 되었다. 당시의 느낌은 뭐랄까? 두렵기도 했고 신기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조금씩 엄마가 된다는 것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11주만에 유산이 되어버렸다. 유산이 되었는데도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유산되는 과정이 무척 고통스러웠다는 것 정도. 병원에 도착해 수술을 하고 안정을 취한 후 집에 돌아왔지만 바로 일상으로 돌아갔다. 뾰쪽 구두를 신고 출근해서 늘 하던 일을 하고 남편의 일까지 도와주고 퇴근 후에는 저녁밥을 짓고 집안 일을 했다.
TV 드라마에서 유산한 여자들이 대성통곡하며‘ 아기야 미안해’를 반복하던 것이 떠오르기도 했다. 자신에게 왔다가 머물지 못하고 가버린 ‘아기’에 대한 슬픔과 죄책감으로 가슴을 찢는 듯한 고통을 호소하던 여인들. 당시 내 느낌은 허무함 정도, 유산 후 집에 돌아왔을 때 창 밖의 어스름을 보며 애잔한 느낌이 들뿐이었다.
한 번도 본적 없는 어린 생명이기에 현실감이 없었던 탓일까?
그렇게 시간이 가고 그렇게 다시 일을 하고 그렇게 사는 것이 인생이지, 가면 가는대로 오면 오는 대로 그렇게 사는 거지, 지금도 나쁘지 않아. 라고 중얼거렸을 것이다. 그리고는 다시 일에 매달렸다.
아무래도 너무 늦은 결혼 탓이리라.
스무 살에 상경해서 대학 졸업 후 38세가 되도록 혼자 살았으니 결혼은 큰 축복이었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내가 열정을 다할 소중한 일터가 있고 동반자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느꼈다.
세상 살이가 연연하고 매달린다고 얻어지는 건 아니란 사실을 알아버린 탓일까?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이 더없이 소중하다고 생각한 때문일까?
늦게 일을 마치고 남편과 시내에서 만나 맥주한잔 하거나 커피한잔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는 여름 밤, 후덥지근한 거리의 익숙한 풍경들이 참 좋았다.그러다 가을이 왔을 때 다시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됐다.
생각지도 못한 임신이라 당혹스러웠다. 금기 기간인 3개월은 지났지만 나름대로 조심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알수 없었다. 더 걱정스러운 건 그 사이 맥주도, 커피도 많이 마시고 몸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대목 때문이었다. 다만 ‘나 아직 임신할 수 있네’ 하는 흥분과 이번엔 잘 될 것 같은 막연한 기대와 알 수 없는 불안이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10주도 채 못돼 다시 유산이었다. 두 번째 유산은 훨씬 충격이 컸다.
습관성 유산은 첫 번째 유산이 되면 두 번째 유산 될 확률이 더 높아지고 두 번째 유산되면 세 번째 유산될 확률은 훨씬 더 높아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첫 유산이후 2회 3회로 갈수록 유산 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건 정말이지 심각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내가 임신을 유지할 수 없는 몸이라는 사실이 슬펐고 이제 곧 마흔이 된다는 것도 우울했다.
심한 자책을 했다.
임신을 하려고 하면서 어쩌면 이리도 무사태평하기만 했을까? 나이가 적기나 한가?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최소한 건강상태를 체크해야 하고 몸에 문제가 있다면 관련 정보라도 찾아봐야 하지 않겠는가?
아무 준비없이 임신이 되고 나면 감기약 먹은 것부터 소화제며 술, 커피 모든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는데 말이다. 내 경험상 임신을 계획하는 신혼부부들이라면 반드시 부부 모두 사전에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현재의 몸 상태가 아기를 낳기에 최적인지 판단해야 한다고 본다. 서른이 넘은 여성이라면 더욱더 몸 관리를 제대로 한 다음에 임신계획을 세워야한다는 생각이다.
특히, 요즘은 환경오염과 몸에 해악을 끼치는 각종 먹거리며 술 담배 같은 기호식품, 스트레스, 늦은 결혼 등 옛날에 비해 임신을 하는 것 자체가 대단한 모험인 시대에 살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아무 생각 없이 임신해서 아무 문제 없이 건강한 아기를 낳았다면 그거야 말로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요즘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조금씩은 기형아, 아토피는 물론 불임, 유산 등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2011년 2월 mbc뉴스에 따르면 현재 기혼부부 7쌍 중 1쌍이 불임이라고 한다) 그래서 결혼한 여성이라면 임신 전에 반드시 몸을 건강하게 만들고 식생활습관을 점검해보는 것이 이후 닥칠지 모를 어려운 상황을 피해가는 방법이라는 생각이다.
특히, 나처럼 습관성 유산이라면 몸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 아닌가? 그런 몸으로 임신을 ‘방치’ 한 것부터가 잘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통상 자연 유산 후에는 적어도 3개월이 지난 후에 임신하라고 권하고 있지만, 두 번의 유산을 겪은 후 나는 약 1년 가량 피임을 했다.
그런데, 피임만 했을뿐 무엇을 해야 할지는 잘 몰랐다. 산부인과 전문병원에 가서 여러 가지 검사를 받았는데 7-8센티 이상되는 자궁근종이 8개 정도 있는데 수술을 하자고 했다. 수술을 생각 하면 악몽 같았던 기억이 있기에 수술을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다른 병원을 선택했다. 그런데 새로 찾은 곳에서 또 피검사 등등 수많은 검사를 해야했다. 이 병원에서는 수술하자고 하지는 않았지만 권유하는 것들이 썩 내키지 않았다.
그 후 나는 병원에 발길을 끊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건강한 몸만들기’를 위한 ‘나만의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혹시 임신을 원하는데 잘 안 되는 여성들이 이 글을 본다면 우선 건강한 몸을 만들고 나서 임신을 시도하시기를 권유한다. 어디 건강한 몸뿐이랴!
이제 와서 말이지만 아기 낳은 후가 더욱 큰 문제니 말이다. 직장여성이라면 아기 맡길 곳은 있는가 도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문제다. 이 부분은 뒤에서 상세히 기술하겠지만 어쨌든 마땅치 않다면 직장을 그만두고 아기에게 매달릴 각오도 있어야 한다. 그 외에도 많다. 혹 이사계획은 없는가? 젊은 세대라면 지금 진정으로 아기를 원하는가? 지금 경제적인 여건은 어떤가? 등등을 잘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